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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 : 예술은 삶의 긍정 - 프리드리히 니체의 사망 1900년 8월 25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사망했다. 그의 철학은 형식과 도취의 긴장, 가치의 재평가로 예술의 언어를 바꾸었다. 그의 철학이 남긴 예술 장르 별 영향과 핵심 업적을 한눈에 정리한다. 들어가며1900년 8월 25일, 바이마르의 조용한 방에서 프리드리히 니체는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의 퇴장은 어떤 마침표도 아니었다. 이후의 예술은 그가 남긴 문장과 개념을 통해 새로운 문법을 얻었고,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업을 도덕의 장식이 아니라 삶을 견디고 긍정하는 힘으로 다시 호명했다. 오늘 우리는 ‘니체가 예술에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20세기 이후 예술이 형식과 도취, 가면과 자기초월, 허무와 창조 사이를 어떤 긴장으로 오갔는지 살핀다. 이 글의 관점은 간단하다. 니체의 철학은 예술.. 2025. 8. 25.
8월 24일 : 유럽 최초의 여성 직업 화가 - 라비니아 폰타나의 탄생 라비니아 폰타나, 유럽 최초의 여성 직업 화가로서 16세기 볼로냐와 로마에서 활약하며 초상화와 종교화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과 삶은 여성 예술사의 전환점을 보여준다. 볼로냐에서 피어난 재능라비니아 폰타나(Lavinia Fontana, 1552~1614)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났다. 르네상스 후기에서 바로크로 이어지는 과도기의 미술가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도 정식으로 그림을 배우고 생계를 예술로 이어갔다. 그녀의 아버지 프로스페로 폰타나 역시 당대의 저명한 화가였기에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화가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단순히 가업을 잇는 차원이 아니라 스스로 이름을 알리고 독립적인 화가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여성 화가의 도전16세기 후.. 2025. 8. 22.
8월 23일 : 뮤지컬의 언어를 만든 거장 –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의 사망 1960년 8월 23일, 미국의 뮤지컬 작사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가 세상을 떠났다. 《오클라호마》, 《남태평양》, 《왕과 나》, 《사운드 오브 뮤직》을 통해 현대 뮤지컬의 언어를 완성하고 브로드웨이의 황금기를 이끈 그의 생애와 유산을 살펴본다. 초기의 삶과 배경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Oscar Hammerstein II, 1895~1960)는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문은 이미 공연 산업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었다. 조부 오스카 해머스타인 1세는 오페라 하우스를 운영하며 뉴욕의 음악 문화를 꽃피운 인물이었다. 이러한 배경은 손자에게 자연스럽게 예술적 자양분을 제공했다. 그러나 해머스타인 2세가 직접 걸어간 길은 오페라가 아닌 뮤지컬이었다. 그는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극’이라는 새로운 형식이 어.. 2025. 8. 22.
8월 22일 : 인상주의의 선율 - 드뷔시의 탄생 8월 22일은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거장 클로드 드뷔시가 태어난 날이다. 그의 생애와 음악적 혁신, 그리고 예술사적 의미를 살펴본다. 드뷔시의 탄생과 시대적 배경1862년 8월 22일 프랑스 생제르맹앙레에서 태어난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음악사의 전환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낭만주의의 거대한 파도 속에서 태어나 그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제시했다. 어린 시절 그는 평범한 상인의 아들로 자랐지만 음악적 재능은 일찍부터 드러났다. 10세 무렵 파리 음악원에 입학한 그는 피아노와 작곡, 음악 이론을 체계적으로 배우며 자신의 기초를 다졌다. 이 시기는 프랑스가 정치적 격변과 사회적 불안을 겪던 시기였지만 예술계에서는 인상주의 화가들이 새롭게 떠오르고.. 2025. 8. 21.
8월 21일 : 팬데믹 시대를 밝힌 불꽃 - BTS 《Dynamite》 발매 2020년 8월 21일, BTS는 영어 디스코 팝 싱글 《Dynamite》를 공개하며 빌보드 ‘핫 100’ 1위에 데뷔했고, 유튜브에서도 24시간 내 최다 조회 기록을 세웠다. 이 곡이 가진 음악적 의의와 세계적 파급력을 살펴본다. K-팝의 전환점, BTS 《Dynamite》 발매2020년 8월 21일 오후 1시, 방탄소년단(BTS)은 첫 영어 싱글 《Dynamite》를 전 세계 동시 공개했다. 이는 비영어권 아티스트가 세계 음악 산업의 중심 무대에 본격적으로 합류했음을 알리는 선언과도 같았고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발매 배경과 시대적 맥락《Dynamite》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가 불안과 우울 속에 있던 시기에 기획되었다. 예정되었던 월드 투어가 취소되고.. 2025. 8. 20.
8월 20일 : 차이콥스키 《서곡 1812년》 초연 1882년 8월 20일 모스크바에서 초연된 차이콥스키의 《서곡 1812년》은 대포와 종소리를 포함한 웅장한 구성이 특징인 역사적 작품이다. 이 글은 초연의 맥락과 예술사적 의미를 살펴본다. 서곡 1812년의 초연, 1882년 8월 20일1882년 8월 20일, 모스크바의 예술산업박람회 전시장 앞 야외무대에서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의 《서곡 1812년》이 처음 연주되었다. 이 작품은 러시아가 나폴레옹의 침공을 격퇴한 1812년 조국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작곡한 것으로 초연 당시 모스크바에는 대규모 전시회와 함께 각종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러시아 제국은 새로운 예술과 산업의 융합을 과시하고자 했으며 《서곡 1812년》은 그 중심에 놓였다. 그러나 화려한 기획과 달.. 2025. 8. 18.
8월 19일 : 현대 뮤지컬의 서막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초연 1957년 8월 19일, 워싱턴 D.C. 내셔널 씨어터에서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첫 무대를 올렸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20세기 뉴욕의 이민 사회 갈등으로 재탄생시킨 혁신적 무대였다. 워싱턴에서 열린 첫 무대1957년 8월 19일, 워싱턴 D.C. 내셔널 씨어터(National Theatre)에서 새로운 뮤지컬이 첫 무대를 올렸다. 이 공연은 정식 브로드웨이 개막에 앞선 ‘아웃 오브 타운 트라이아웃’이었으나, 사실상 대중에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공개한 최초의 무대였다. 이 작품은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이 작곡을 맡고, 아서 로런츠(Arthur Laurents)가 대본을 집필했으며, 제롬 로빈스(Jerome Robbins.. 2025. 8. 18.
8월 18일 : 한국 근대 조각의 선구자 - 김복진의 사망 한국 근대 조각의 선구자 김복진, 1940년 8월 18일 사망. 예술가이자 사회운동가였던 그의 생애와 업적, 그리고 남겨진 유산을 탐구한다. 김복진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김복진(1901~1940)은 일제강점기라는 억압적 현실 속에서 조각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통해 시대적 요구에 응답한 예술가였다. 그는 1901년 청주에서 태어나 일본 도쿄미술학교(현 도쿄예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였다. 그가 유학한 1920년대 일본은 서양 조형예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근대화를 가속화하던 시기였다. 김복진은 그 과정에서 서구의 사실주의와 표현주의를 체득하면서도 단순한 모방을 넘어 조선의 감각을 담아내려 했다. 이는 당시 한국 미술계가 직면했던 핵심 과제, 곧 ‘서구 예술의 수용과 민족적 정체성의 모색’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 2025. 8. 17.
8월 17일 : 오페라의 언어를 만든 대본가 - 로렌초 다 폰테의 사망 1838년 8월 17일, 모차르트 오페라의 대본가 로렌초 다 폰테가 세상을 떠났다.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를 쓴 그의 삶과 유산을 되짚는다. 오페라의 언어를 만든 대본가로렌초 다 폰테(Lorenzo Da Ponte, 1749~1838)는 오페라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대본가다. 그는 작곡가가 아니었지만 언어와 시를 통해 음악을 이끌어냈으며, 모차르트와 협업으로 극적 완성도를 갖춘 오페라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다 폰테의 언어는 리듬과 정서를 동시에 담아냈고, 오페라 대본을 단순한 이야기 전달의 도구가 아니라 예술의 독립적 영역으로 격상시켰다. 그의 대표작은 모차르트와 함께한 세 편의 걸작이다. 《피가로의 결혼》(1786)은 사회적 긴장을 희극적으로 풀어내며 .. 2025. 8. 16.
8월 16일 : 로큰롤의 제왕 -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망 1977년 8월 16일,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생애, 음악 혁신, 사망 당시 상황과 남긴 유산을 돌아본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탄생과 음악적 혁신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는 1935년 1월 8일 미국 미시시피 주 투펄로(Tupelo)에서 태어났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교회 복음성가와 당시 남부에서 활발하던 흑인 음악을 접하며 음악적 기반을 쌓았다. 1954년 멤피스의 선 레코드(Sun Records)에서 첫 싱글 《That's All Right》을 녹음하며 대중음악계에 등장했다. 그의 음악은 컨트리, 리듬 앤 블루스, 가스펠의 요소를 결합한 새로운 스타일로, 기존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백인·흑인 음악의 청중을 아우르는 .. 2025. 8. 16.
8월 15일 : 하늘에 오른 성모 - 성모 승천 축일 8월 15일은 가톨릭의 성모 승천 축일이다. 이날의 기원과 의미, 그리고 역사 속 위대한 예술가들이 남긴 성모 승천 작품을 살펴본다. 8월 15일, 성모 승천을 기념하는 날가톨릭과 일부 정교회 전통에서 8월 15일은 성모 마리아가 세상을 떠난 뒤 육신과 영혼이 함께 하늘로 올려졌다고 믿는 ‘성모 승천 축일(Feast of the Assumption)’이다. 이 교리는 성경에 직접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초기 기독교 전승과 중세 신학자들의 해석 속에서 발전했고, 1950년 교황 비오 12세(Pius XII)에 의해 공식 교리로 선포되었다. 전 세계 가톨릭권에서는 이날을 대축일로 기념하며, 미사와 행렬, 예술적 재현이 이어져 왔다. 예술 속의 성모 승천성모 승천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심지어 현대에 이르기.. 2025. 8. 15.
8월 14일 : 법학 박사 지휘자 - 카를 뵘의 사망 1981년 8월 14일, 모차르트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해석의 거장 카를 뵘이 세상을 떠났다. 법학 박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과 함께 그의 음악적 유산을 살펴본다. 전통과 해석의 거장카를 뵘(Karl Böhm, 칼 뵘으로도 알려짐)은 20세기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지휘자로, 모차르트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바그너를 비롯한 독일·오스트리아 레퍼토리에서 정통적 해석을 구현했다. 그는 화려함보다는 절제, 주관보다는 악보에 대한 충실성을 추구하며 ‘작곡가의 대변인’이라는 지휘 철학을 지켰다. 1981년 8월 14일, 잘츠부르크에서 향년 86세로 세상을 떠났고, 그의 장례식에는 음악계 거장들과 수많은 애호가가 모여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그라츠에서 법학 박사로, 그리고 음악가로1894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2025. 8. 14.
8월 13일 : 프랑스 낭만주의의 대표 - 외젠 들라크루아의 사망 1863년 8월 13일, 프랑스 낭만주의의 대표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가 세상을 떠났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과 색채 혁신, 이국적 소재를 통한 그의 미술사적 유산을 살펴본다. 프랑스 낭만주의의 거장1863년 8월 13일, 프랑스 미술계는 한 시대를 이끌던 거장을 잃었다.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는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고전주의가 중시하던 절제와 균형에서 벗어나 강렬한 감정과 자유로운 색채를 추구했다. 그는 인간의 내면과 사회의 격동을 그림으로 드러냈으며, 그 과정에서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들라크루아의 작품은 나폴레옹 전쟁 이후 유럽 사회에 드리운 불안과 희망, 혁명의 이상과 좌절을 생생하게 기록한 시각적 증언이기도 했다. 혁명과 .. 2025. 8. 13.
8월 12일 : 시대의 균형을 고민한 작가 - 토마스 만의 사망 1955년 8월 12일, 독일 작가 토마스 만(Thomas Mann)이 스위스 취리히에서 향년 80세로 사망했다. 《마의 산》,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요셉과 그 형제들》을 남긴 그는 20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소설가이자 사상가였던 토마스 만은 문학을 통해 인간 존재의 내면과 시대의 도덕적 갈등을 깊이 있게 탐색했다. 그는 격변의 시대를 살면서 예술과 정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지성의 책임을 모색했던 인물이었다. 병든 유럽을 응시한 서사토마스 만의 문학은 전통적인 사실주의 서사와 구별되는 복합적인 구조를 갖는다. 그는 신화, 철학, 음악, 정신분석 등 다양한 지적 담론을 작품 속에 유기적으로 통합했다. 대표작 《마의 산》은.. 2025. 7. 31.
8월 11일 : 행위가 곧 예술 - 잭슨 폴록의 사망 1956년 8월 11일 밤,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의 이스트햄턴 외곽 도로에서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은 술에 취한 채 차를 몰고 있다가 나무를 들이받고 숨졌다. 44세의 나이였다. 물감은 흘러내리고, 작가는 캔버스를 걷는다잭슨 폴록은 생전에 이미 미국 미술계의 주목을 받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사후, 그가 시도했던 회화의 개념은 단순한 스타일을 넘어, 예술의 철학과 실천을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감은 캔버스에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고’, 작가는 화면 앞에 서는 것이 아니라 ‘걷는다’. 그는 예술의 주체가 ‘작품’이 아닌 ‘행위’일 수 있음을 선언한 최초의 화가였다. 잭슨 폴록 이전까지 대부분의 화가는 캔버스를 세워두고 붓으로 형태를 그렸다. 그러나 그는 바닥에 캔.. 2025. 7. 30.
8월 10일 : 전기 기타의 날 - 최초의 전기 기타 특허 등록 1937년 8월 10일, 미국에서 전기 기타가 처음으로 특허를 획득하며 음악사의 전환점이 열렸다. 프라잉 팬 전기 기타와 마그네틱 픽업 기술이 어떻게 재즈, 블루스, 록 음악의 기반이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전기의 울림으로 세상을 흔들다루이 암스트롱이 트럼펫으로 음악의 자유를 부를 무렵, 또 다른 악기의 혁명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손끝에서 흐르는 전기였고, 바로 기타였다. 1930년대 미국, 재즈가 도시의 밤을 지배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 뜨거운 무대에서 기타는 언제나 한발 물러서 있었다. 관악기의 폭발력에 밀려, 현악기의 아름다운 선율은 뒷자리로 밀려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여기,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조지 뷰챔프(George Be.. 2025. 7. 29.
8월 9일 : 소련의 베토벤 - 쇼스타코비치의 사망 '소련의 베토벤'이라 불린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가 1975년 8월 9일 사망했다. 스탈린 체제의 검열과 억압 속에서도 음악으로 말했던 그의 생애와 유산을 살펴 봅니다. 쇼스타코비치의 생애, 혹은 이중 언어의 예술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는 1906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1975년 8월 9일에 모스크바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20세기 클래식 음악에서 가장 역설적인 인물 중 하나다. 누구보다도 전통적인 형식을 충실히 따랐고, 누구보다도 전통을 전복하는 표현을 감행했다. 소련의 공식 음악가였으면서 동시에 체제에 저항하는 숨은 비평가였다. 그의 삶은 스탈린 체제와 거의 겹친다. 그는 이 굴곡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2025. 7. 28.
8월 8일 : 예술은 과학이 될 수 있는가 - 에른스트 베른하임의 탄생 에른스트 베른하임(Ernst Bernheim, 1850–1942)은 예술사 연구의 과학화를 이끈 역사학자로, 그의 방법론은 오늘날 미술사와 문화연구의 기초를 세웠다. 8월 8일은 그가 탄생한 날이다. 예술은 분석의 대상일까?이 질문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예술 작품을 단지 미적 감동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산물로 읽고, 그 배경과 형식을 분석하며, 역사적 흐름 속에서 위치 지우는 작업은 오늘날 예술사 연구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법의 가장 기초적인 틀을 마련한 이가 바로 독일의 역사학자 에른스트 베른하임이다. 역사 연구의 도구화를 이끈 인물1850년 8월 8일, 독일 그로스뢰어스도로프(Grossröhrsdorf)에서 태어난 베른하임은 역사학이라는 학문에 실증적 방.. 2025. 7. 27.
8월 7일 : 빛의 시인 -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사망 1941년 8월 7일 서거한 인도의 시인 타고르. 그의 문학, 교육, 예술, 한국과의 인연까지, ‘빛의 시인’이 남긴 유산을 되짚습니다. 인도 문학의 별이 지다1941년 8월 7일, 인도 캘커타 북쪽 조라상코 저택 2층. 인도 근대 문학의 아버지, 벵골의 음유시인, 동양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 생을 마감했다. 향년 80세. 그의 마지막은 평온했지만, 그에 이르기까지는 지난한 고통이 있었다. 1937년과 1940년, 두 차례에 걸쳐 혼수상태를 경험한 뒤로 그의 건강은 악화일로였지만, 그럼에도 그는 펜을 놓지 않았다. 인도는 물론 세계 각지의 애도 속에 그의 시신은 전통 의식에 따라 가족의 손으로 장례를 치른 뒤, 갠지스 강변에서 화장되었다. 그의 죽음은 한 문인의 타계를 넘어,.. 2025. 7. 25.
8월 6일 : 비판의 미학 –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사망 비판이론의 중심에 있었던 철학자 아도르노는 예술과 음악,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열었다. 1969년 8월 6일 그의 죽음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되돌아본다. 비판의 사유를 멈추지 않았던 사상가1969년 8월 6일, 독일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는 스위스의 휴양지 치르나우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평소 지병을 앓고 있었던 그는 여름을 맞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강의와 집필을 병행하고 있었다. 철학과 예술의 접점에서 활동했던 그는 '프랑크푸르트학파'를 대표하는 비판이론가이자 사회철학자, 그리고 깊이 있는 음악 비평가였다. 그의 사유는 특정 분야에 머물지 않고 철학, 사회학, 미학, 음악이론을 넘나들며 20세기 지성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 2025. 7. 22.
8월 5일 : 소비된 아름다움의 소외 - 마를린 먼로의 사망 1962년 8월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브렌트우드 자택에서 마를린 먼로(Marilyn Monroe)는 침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녀는 전화기를 움켜쥔 채 침대에 엎드려 있었고, 주변에는 수면제 병들이 흩어져 있었다. 부검 결과 위 속에는 바르비투르산염 성분이 치사량 이상으로 발견되었고, 수면제 복용에 의한 약물 중독으로 인한 ‘자살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정황은 지금까지도 명확하게 결론지어지지 않고 있다. 타살 가능성, 정치적 외압, 음모론 등 수많은 해석과 의혹이 난무하는 가운데, 하나의 분명한 사실은 남았다. 당대 가장 유명한 여성 중 한 사람이 고립된 공간에서 홀로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다. 그녀의 사망 보도는 단순한 연예 기사 이상의 반향을 일으.. 2025. 7. 21.
8월 4일 : 재즈의 아버지 - 루이 암스트롱의 탄생 흑인 문화의 심장에서 태어난 소년1901년 8월 4일,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곳은 빈민가였고,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떠났으며,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매춘에 가까운 일을 하며 어린 루이를 키웠다. 그런 가난과 결핍 속에서 자란 그에게 음악은 생존의 수단이자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는 고아원에서 처음으로 코넷(작은 트럼펫)을 손에 넣었고 그것이 그의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 뉴올리언스의 거리에서 울려 퍼지던 행진곡, 블루스, 가스펠은 그에게 자연스러운 환경이었고 그는 이 음악을 그대로 자기 심장에 새겨 넣었다. 즉흥성과 감정의 언어, 재즈루이 암스트롱이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재즈는 주로 집단 즉흥 연주에 의존하는 .. 2025. 7. 20.
8월 3일 : 세기의 디바 - 마리아 칼라스의 비상 1947년 8월 3일, 마리아 칼라스는 베로나에서 《조콘다》를 불러 전 세계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이날 밤은 오페라사에서 가장 극적인 데뷔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세기의 소프라노 - 마리아 칼라스의 비상1947년 8월 3일, 이탈리아 베로나의 고대 원형극장인 아레나 디 베로나(Arena di Verona)에 모인 관객들은 실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밤을 맞이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젊은 소프라노는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당시 23세의 미국 태생 그리스계 성악가였다. 그는 아밀카레 폰키엘리(Amilcare Ponchielli)의 오페라 《조콘다(La Gioconda)》에서 주연 배우를 맡아 극적인 서정성과 불꽃 같은 드라마를 가득 담은 연기를 펼쳤다. 그것은 단순한 공연 이상의 사건이.. 2025. 7. 19.
8월 2일 : 현해탄의 비극 - 김우진과 윤심덕의 마지막 항해 현해탄의 비극, 김우진과 윤심덕의 마지막 항해1921년 8월 2일 새벽,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조선으로 향하던 여객선 요코하마마루(橫濱丸) 호의 갑판 위. 두 명의 젊은 예술가가 실종되었다. 연극운동가이자 문학비평가인 김우진. 조선 최초의 여성 소프라노이자 신여성인 윤심덕. 이들이 현해탄에 투신하여 생을 마감한 사건은 이후 100년이 넘도록 한국 근대 문화사와 대중의 상상력을 관통하는 상징이 되었다. 당시 언론은 이를 “예술적 사랑의 순교”라 표현했고, 일부는 “현실을 감당할 수 없었던 낭만주의적 일탈”로 보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죽음은 단지 비극적 사랑 이야기로 포장되기엔 너무 복합적인 의미를 품고 있다. 이는 사랑과 죽음, 이상과 절망, 예술과 시대의 불화가 응축된 사건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로를.. 2025. 7. 18.
8월 1일 : '모비딕'의 허먼 멜빌 탄생 1819년 8월 1일, 미국 뉴욕시에서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이 태어났다. 그는 사후에 미국 문학사에서 심오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모비딕(Moby-Dick)》을 남겼지만, 생전에 그는 실패한 작가로 분류되었다. 동시대 독자와 비평가는 그의 실험적인 문체와 상징 체계를 이해하지 못했고, 평생 가난과 문학적 고립 속에 살아야 했다. 멜빌은 상업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부친의 연이은 사업 실패와 사망으로 12세 무렵부터 생계를 위한 노동에 내몰렸다. 교사, 은행 사무원, 농장 인부 등 다양한 일을 전전하다가 1839년부터 일반 상선의 선원으로 시작해 1941년 포경선에 승선해 남태평양을 항해했다. 그는 20대에 태평양의 낯선 섬들과 원주민 문화를 직접 경험했고, 이러한 체험은 작품 .. 2025. 7. 17.
7월 31일 : '피아노 독주회'의 창시자 - 프란츠 리스트의 사망 1886년 7월 31일, 독일의 작은 도시 바이로이트(Bayreuth)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의 숨결이 멎었다.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낭만주의의 화신이자, 연주회 형식의 혁신가이며, 교향시라는 새로운 장르의 창시자였고, 음악으로 사회와 인간을 꿰뚫어보려 했던 사상가였다. 그의 사망은 단지 한 인물의 종말이 아니라, 유럽 낭만주의 음악이 한 시기를 마무리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진다. 리스트는 그해 여름, 사위인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가 세운 바이로이트 음악제에 참석하기 위해 머물고 있었다. 19세기 유럽 예술의 중심 인물들이 모이는 이 축제는 그에게는 자랑스러운 무대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병세가 악화되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당시는.. 2025. 7. 16.
7월 30일 : "나는 반주자다" - 제럴드 무어의 탄생 제럴드 무어(Gerald Moore, 1899-1987)는 오늘날 ‘반주자’라는 단어에 담긴 이미지와 역할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인물이다. 1899년 7월 30일,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성악가의 그림자’로 치부되던 피아노 반주를 하나의 독립된 예술로 승화시켰다. 오늘날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리트(Lied)를 듣고 눈을 감으며 '노래와 피아노의 대화’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그가 마련한 예술적 토대 덕분이다. 가장 이상적인 반주제럴드 무어는 피아노를 배운 후 1920년대부터 성악가들과 협연을 시작했다. 그는 음악 공연에 있어 정당한 존중과 대우를 받지 못했던 반주에 대한 세상의 인식을 바꾸는데 일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반주는 들리되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2025. 7. 15.
7월 29일 : 별이 빛나는 밤 - 빈센트 반 고흐의 사망 1890년 7월 29일,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 오베르쉬르우아즈(Auvers-sur-Oise)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그해 봄,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뒤 더 조용하고 평온한 환경에서 회복과 창작을 이어가고자 이곳에 거처를 정했다. 그러나 약 두 달 뒤, 7월 27일 그는 가슴에 총상을 입고 쓰러졌고 이틀 뒤 숨을 거두었다. 사망 당시 그의 나이는 37세였다. 반 고흐는 생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화가였지만, 사후 불과 수십 년 만에 예술사의 지형을 바꿔놓은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그의 삶은 결코 예외적인 천재의 신화나 비극으로만 환원될 수 없다. 그는 치열한 관찰자였고, 철학적인 실천가였으며, 예술을 통해 존재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했던 탐구.. 2025. 7. 14.
7월 28일 : '음악의 아버지' -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사망 한 시대를 마감한 음악가의 마지막 순간1750년 7월 28일, 독일의 라이프치히에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가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의 죽음은 지역 사회에서조차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날을 바로크 음악의 종언으로 기억한다. 그가 남긴 음악은 이후 수백 년 동안 서양 음악사의 중심축이 되었고, 바흐라는 이름은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았다. 바흐는 말년에 심각한 건강 악화를 겪었다.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그는 1750년 봄 두 차례에 걸쳐 눈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은 실패로 돌아갔다. 점차 쇠약해진 그는 같은 해 여름 폐렴성 합병증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 직전까지도 작곡은 계속되었고, 특히 《푸가의 기법》은 미완이지만 음악사상 가장 .. 2025. 7. 13.
7월 27일 : '황금 트럼펫' - 마리오 델 모나코의 탄생 테너의 새로운 표준이 된 남자1915년 7월 27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한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마리오 델 모나코(Mario Del Monaco). 이 이름은 훗날 오페라 무대에서 ‘불꽃 같은 목소리’의 상징으로 기억되며, 20세기 드라마틱 테너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그의 목소리는 단단하고 육중했으며, 무대를 압도하는 존재감으로 세계 오페라 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델 모나코는 오페라 무대를 낭만적 환상 속 공간이 아니라, 감정과 폭발력이 충돌하는 전장의 한가운데로 바꾸어 놓았다. 그가 무대에 서는 순간, 관객은 감미로운 선율보다도 거대한 감정의 힘에 먼저 압도되었다.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베르디와.. 2025.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