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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0일 : 전기 기타의 날 - 최초의 전기 기타 특허 등록

by plutusmea 2025. 7. 29.

1937년 8월 10일, 미국에서 전기 기타가 처음으로 특허를 획득하며 음악사의 전환점이 열렸다. 프라잉 팬 전기 기타와 마그네틱 픽업 기술이 어떻게 재즈, 블루스, 록 음악의 기반이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전기의 울림으로 세상을 흔들다

루이 암스트롱이 트럼펫으로 음악의 자유를 부를 무렵, 또 다른 악기의 혁명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손끝에서 흐르는 전기였고, 바로 기타였다.

 

1930년대 미국, 재즈가 도시의 밤을 지배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 뜨거운 무대에서 기타는 언제나 한발 물러서 있었다. 관악기의 폭발력에 밀려, 현악기의 아름다운 선율은 뒷자리로 밀려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여기,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조지 뷰챔프(George Beauchamp).

 

뷰챔프는 스스로도 연주자였고, 기술자이기도 했다. 그는 "기타의 울림이 관객에게 닿지 않는다면, 앰프와 전기를 통해 더 크게, 더 멀리 보낼 수는 없을까?"라는 물음을 던졌고, 이 질문은 곧 역사적인 발명으로 이어졌다. 그가 설계한 '프라잉 팬(Frying Pan)' 기타는 이름 그대로 튀김팬처럼 생긴 둥근 금속 몸체를 가진 작은 기타였으며, 여기에 마그네틱 픽업을 설치해 줄의 떨림을 전기 신호로 바꿔 증폭할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1937년 8월 10일, 전기 기타의 탄생이 공식화되다

이날 미국 특허청은 조지 뷰챔프와 아돌프 리켄배커(Adolph Rickenbacker)가 공동으로 만든 전기 기타 기술에 대한 특허(US2089171호)를 승인했다. 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등록된 전기 기타 특허였다.

 

특허의 핵심은 마그네틱 픽업 장치에 있었다. 줄의 진동을 자기장의 변동으로 전환하고, 이 신호를 증폭 장치로 보내는 방식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이 특허는 단순한 악기의 발명이 아니라, 음악사 전체에 전환점을 가져온 기술이었다.

 

한편, 이보다 한 달 앞선 1937년 7월 13일에는 깁슨(Gibson)사의 가이 하트(Guy Hart)가 전기 기타용 픽업 설계에 대한 특허를 먼저 등록한 바 있다. 그러나 그 특허는 하와이안 스타일의 랩스틸 기타(lap-steel guitar)에 특화된 픽업 시스템으로 조지 뷰챔프가 개발한 프라잉 팬의 기술 구조와는 별개의 것이었다.

 

즉, 전기 기타 기술의 경쟁과 실험이 이미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이날 등록된 뷰챔프의 특허는 그 중에서도 최초로 상용화된 완성형 설계를 인정받은 사례로 남게 되었다.

 

리켄배커(Rickenbacker)라는 브랜드는 이후 일렉트릭 기타 제조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고, 프라잉 팬은 비록 상업적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후속 제품들의 설계와 사운드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Rickenbacker Frying Pan Patent Diagram
1937년 8월 10일 미국 특허청(USPTO)에 등록된 특허 번호 US 2089171 의 도면 중 일부

 

소리를 확장한 기술로 감정을 확대하다

전기 기타의 등장은 단순한 음량의 확대를 넘어 음악의 언어 자체를 변화시켰다. 기존의 어쿠스틱 기타가 지니지 못한 서스테인, 디스토션, 비브라토와 같은 표현 방식이 가능해지면서, 연주자들은 감정을 훨씬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재즈 클럽에서부터 시작된 실험은 곧 블루스에 전이되었고, 이어서 록앤롤이 탄생했다. 척 베리(Chuck Berry),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에디 반 헤일런(Eddie Van Halen) 등 수많은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들이 전기 기타를 통해 자신만의 사운드를 구축해갔다. 그들이 사용한 모든 장비의 원형은 결국 1937년 그 특허에서 출발한 셈이다.

 

'프라잉 팬'이 남긴 유산

지금의 눈으로 보면, 프라잉 팬은 다소 투박하고 기이하게 생겼다. 하지만 이 기타는 세계 최초로 일렉트릭 사운드를 구현한 실험기였다. 그리고 이 작은 발명품이 없었다면, 현대 대중음악의 절반 이상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전기 기타는 사운드의 해방이었다. 전통적인 음향의 규범에서 벗어나, 기계적이고 전자적인 세계로 음악을 이끌었다. 이때부터 음악은 더 이상 자연의 물리적 울림에만 의존하지 않게 되었고, 기술과 창의성이 손을 잡은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 장의 문서가 바꾼 음악의 역사

특허는 단지 기술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문서가 아니다. 때로는 그것이 문화 전체를 바꾸는 신호탄이 되기도 한다. 조지 뷰챔프가 특허청에 제출한 도면과 설명서는 한 시대가 새로운 소리를 상상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1937년 8월 10일, 미국 특허청의 인가를 받은 그 순간은 일렉트릭 기타의 실질적 탄생일이며, 재즈와 블루스, 록, 팝까지 아우르는 수많은 장르가 꿈틀대기 시작한 전환점이었다. 음악은 더 이상 조용히 울려 퍼지는 예술이 아니라, 기술과 결합해 무대를 장악하는 존재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그 사운드를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지만, 모든 시작은 낡은 튀김팬 모양의 기타 한 대에서 비롯되었다.

 

David's Guitars: #2 The Rickenbacker Frying Pan Guitar

https://www.youtube.com/watch?v=VmnBuhgud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