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8월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브렌트우드 자택에서 마를린 먼로(Marilyn Monroe)는 침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녀는 전화기를 움켜쥔 채 침대에 엎드려 있었고, 주변에는 수면제 병들이 흩어져 있었다. 부검 결과 위 속에는 바르비투르산염 성분이 치사량 이상으로 발견되었고, 수면제 복용에 의한 약물 중독으로 인한 ‘자살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정황은 지금까지도 명확하게 결론지어지지 않고 있다. 타살 가능성, 정치적 외압, 음모론 등 수많은 해석과 의혹이 난무하는 가운데, 하나의 분명한 사실은 남았다. 당대 가장 유명한 여성 중 한 사람이 고립된 공간에서 홀로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다.
그녀의 사망 보도는 단순한 연예 기사 이상의 반향을 일으켰다. 전 세계 신문 1면을 장식했고, 방송사들은 특별 편성을 구성해 그녀의 생애를 조명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살아온 인물이 조용한 침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이 비극적 역설은 대중과 예술계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예술가들이 남긴 시선 - 앤디 워홀의 재현
마를린 먼로의 죽음은 20세기 예술계에 전환점을 제공했다. 그녀의 이미지는 단시간에 ‘현대 신화’의 일부로 정착되었고, 그를 기념하거나 비판적으로 응시하는 수많은 작품들이 제작되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는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마를린 딥틱(Marilyn Diptych)》(1962)이다.
이 작품은 먼로의 생전 홍보 사진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반복 인쇄한 것으로, 왼쪽에는 형형색색의 초상이, 오른쪽에는 점점 흐릿해지는 흑백 이미지가 배열되어 있다. 반복과 차이, 색과 흑백, 생과 죽음이라는 이중 구조는 ‘이미지로 구성된 존재’에 대한 탐색으로 해석된다. 워홀은 먼로를 ‘사람’으로 그리지 않았다. 그는 대중이 소비한 ‘이미지’를 복제했고, 그 안에서 그녀는 비로소 예술적 대상이자 아이콘이 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한 여배우의 삶을 단순히 추모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소비자본주의 시대의 정체성과 예술의 역할을 묻는 기획이었다. 워홀의 마를린은 감정적 애도가 아닌 분석적 거리감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 거리는 예술과 대중, 현실과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증명한다.
문학과 영화에 미친 영향
마를린 먼로의 삶은 이후 문학과 영화에서도 지속적으로 다루어졌다. 그녀는 고전적인 의미의 비극적 인물로 해석되었으며, 세속적 성공과 내면의 고통이 극명하게 충돌하는 상징으로 자주 소환되었다.
노먼 메일러(Norman Mailer)는 그녀의 생애를 팩션 형식으로 엮어낸 평전에서, 헐리우드가 만들어낸 신화를 해체하려 했다. 이후 조이스 캐롤 오츠(Joyce Carol Oates)의 소설 《블론드(Blonde)》는 허구와 사실을 교차시켜 먼로를 인간으로 다시 바라보게 했다. 이 소설은 2022년 영화로도 제작되어 논란과 찬사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그 중심에는 대중이 한 개인을 어떻게 바라보며, 그 시선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묻는 주제가 있었다.
그녀는 결코 완벽한 존재가 아니었고 스스로도 그러한 이미지에 맞추어 살아가는 데에 지쳐 있었다. 그 피로와 외로움이 고스란히 드러난 인생은 예술가들에게 풍부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여성의 몸과 얼굴, 그리고 대중의 욕망
마를린 먼로는 헐리우드가 만들어낸 여성상의 결정체였다. 고운 금발, 곡선미, 감미로운 목소리, 익살스러운 표정까지 그녀의 모든 것은 의도된 연출 아래 설계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한 이미지에 끊임없이 균열을 내고자 했다. 연기 수업을 받으며 정극 배우로의 전환을 시도했고, 스튜디오와의 계약을 거부하며 스스로의 제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중은 여전히 그녀에게 ‘미소 짓는 금발’의 이미지를 요구했다. 이 요구는 예술과 상업의 경계, 자아와 외부 시선의 괴리를 상징한다. 그녀의 삶과 죽음은 한 인물의 서사인 동시에, 수십 년간 이어진 여성의 재현 방식에 대한 문화적 질문이기도 하다.
예술로 남은 흔적과 기억의 방식
마를린 먼로의 존재는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방식으로 회상된다. 패션계는 그녀의 스타일을 반복하고, 사진작가는 그녀의 포즈를 재현하며, 광고 산업은 그녀의 얼굴을 활용해 감정적 연계를 꾀한다.
하지만 더 주목할 것은, 예술가들이 마를린 먼로를 하나의 상징으로 전유하며, 그 안에서 당대의 욕망과 권력, 인간 존재의 불안까지 함께 다룬다는 점이다. 그의 존재는 예술이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고 전유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인 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tITuLhNup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