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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 뮤지컬의 언어를 만든 거장 –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의 사망

by plutusmea 2025. 8. 22.

1960년 8월 23일, 미국의 뮤지컬 작사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가 세상을 떠났다. 《오클라호마》, 《남태평양》, 《왕과 나》, 《사운드 오브 뮤직》을 통해 현대 뮤지컬의 언어를 완성하고 브로드웨이의 황금기를 이끈 그의 생애와 유산을 살펴본다.

 

 

초기의 삶과 배경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Oscar Hammerstein II, 1895~1960)는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문은 이미 공연 산업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었다. 조부 오스카 해머스타인 1세는 오페라 하우스를 운영하며 뉴욕의 음악 문화를 꽃피운 인물이었다.

 

이러한 배경은 손자에게 자연스럽게 예술적 자양분을 제공했다. 그러나 해머스타인 2세가 직접 걸어간 길은 오페라가 아닌 뮤지컬이었다. 그는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극’이라는 새로운 형식이 어떻게 관객의 감정과 서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지 탐구했다.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 (1940년경, Wiki Media Commons)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 (1940년경, Wiki Media Commons)

 

초창기 활동과 전환점

1920년대 후반까지 해머스타인은 오페레타풍 작품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초기 대표작으로는 《와일드플라워》, 《로즈마리》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작품들은 전통적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전환점은 1927년 제롬 컨(Jerome Kern)과 협업한 《쇼 보트(Show Boat)》였다. 이 작품은 미국 사회의 인종 문제를 다루며, 뮤지컬을 단순한 오락이 아닌 예술적 형식으로 끌어올렸다. 해머스타인은 여기서 서사와 음악이 긴밀히 결합할 수 있음을 증명했고, 이는 그가 남긴 가장 중요한 업적의 출발점이었다.

 

 

로저스와의 파트너십

해머스타인의 진정한 명성은 작곡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dgers)와 함께 하면서 시작되었다. 두 사람은 1943년 《오클라호마》를 발표하며 브로드웨이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이 작품은 뮤지컬 넘버와 대사가 분리되지 않고 극 전체의 맥락 속에 통합되었으며, 가사가 드라마의 감정선을 주도했다. 이후 《카루셀》, 《남태평양》, 《왕과 나》,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이어진 연작은 뮤지컬을 단순한 유희가 아닌 드라마적 완성도를 지닌 예술 형식으로 확립했다.

 

대표작의 특징

해머스타인의 가사는 일상적이면서도 시적이었다. 그는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하면서도 무대 위 인물들의 심리와 상황을 정교하게 담아냈다.

 

《남태평양》의 “You’ve Got to Be Carefully Taught(넌 철저히 가르침을 받아야 해)”는 인종차별이 학습되는 과정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의역하면 '편견은 철저히 주입되는 것'을 의미)를 담았고, 《사운드 오브 뮤직》의 “Climb Ev’ry Mountain(모든 산을 오르라)”는 삶의 도전과 희망을 노래했다. 해머스타인은 무대 위 가사가 철학적 질문과 사회적 발언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망과 그 이후

1960년 8월 23일, 해머스타인은 펜실베이니아 도일스타운의 자택에서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은 브로드웨이 전체에 깊은 애도를 불러왔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 브로드웨이에서 상연 중이었고, 이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관객과 동료들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과 가사 속에서 그의 존재를 느끼며 그를 기렸다.

 

 

유산과 영향

해머스타인의 유산은 뮤지컬의 언어 그 자체다. 그는 가사가 단순히 노래의 장식을 넘어, 극의 서사를 끌어가는 핵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스티븐 손드하임(Stephen Sondheim)을 비롯한 수많은 후배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손드하임은 어린 시절 해머스타인에게 멘토링을 받으며 작가로서 성장했고, 현대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해머스타인은 단순히 작품을 남긴 것이 아니라, 예술적 사유 방식과 작법의 전범을 제시한 인물이었다.

 

오늘날에도 그의 작품은 전 세계에서 꾸준히 공연된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영화로 제작되어 세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으며, 《오클라호마》와 《왕과 나》 역시 무대에서 반복적으로 재해석된다. 뮤지컬이 인간의 감정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예술 매체임을 증명한 사람, 그것이 바로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였다.

 

"You've Got To Be Carefully Taught" - SOUTH PACIFIC (1958)

https://www.youtube.com/watch?v=VPf6ITsjsg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