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0년 9월 12일은 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 비크가 결혼한 날이다. 이날 클라라에게 헌정된 가곡집 《미르테의 꽃》은 낭만주의 음악사에 길이 남은 사랑과 예술의 결합을 보여준다.
반대를 무릅쓴 '사랑과 음악'의 결합
1840년 9월 12일은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특별하게 장식하는 날이다. 바로 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 비크의 결혼식이 거행된 날이다. 이 결혼은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음악의 방향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클라라는 이미 10대 시절부터 유럽 무대에서 주목받던 피아니스트였고, 아버지 프리드리히 비크는 딸의 경력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하지만 클라라가 슈만과 사랑에 빠지자 비크는 강하게 반대하며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 했다.
두 사람은 결국 긴 법적 다툼 끝에 법원의 허락을 받아 쇠네펠트 교회에서 결혼할 수 있었다. 결혼식 전날까지도 아버지의 압력은 거셌지만 두 사람은 끝내 사랑을 선택했다.
이 극적인 상황은 단지 사적인 일화로 머물지 않았다. 바로 그해 슈만의 창작력은 폭발했고 음악사에 남을 명곡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곡의 해’와 결혼의 열매
1840년은 흔히 슈만의 ‘가곡의 해(Liederjahr)’라고 불린다. 이전까지 주로 피아노 음악에 전념했던 슈만은 클라라와 결혼한 1840년에 무려 130곡이 넘는 가곡을 작곡했다. 《시인의 사랑》, 《여인의 사랑과 생애》 같은 주옥같은 가곡집은 모두 이 시기에 탄생했다.
슈만에게 있어 클라라와 결합하는 것은 단순한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예술적 자극의 근원이기도 했다. 그는 음악으로 사랑을 표현했고, 음악으로 인해 사랑은 더욱 강렬하게 빛났다.
《미르테의 꽃》 헌정
이 결혼의 상징적인 작품이 바로 가곡집 《미르테의 꽃》(Myrthen, Op.25)이다. 슈만은 클라라에게 이 가곡집을 결혼 선물로 헌정했다. 총 26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하인리히 하이네, 리케르트, 번스 등 다양한 시인의 시를 바탕으로 한다.
‘미르테(Myrrh, 도금양)’는 고대부터 결혼과 순결을 상징하는 식물이다. 슈만은 이 상징을 작품 제목에 담아 클라라와의 결혼을 축복하는 의미로 삼았다. 음악은 사랑의 환희와 기쁨, 결혼 생활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헌정》, 《연꽃》 같은 곡들은 특히 클라라를 향한 진심 어린 고백처럼 들린다.
이 가곡집은 단순한 헌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슈만이 평생의 반려자에게 바친 음악적 ‘화관(花冠)’이자 가곡이라는 장르가 개인적 감정과 사회적 의례를 잇는 다리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클라라의 역할
클라라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을 뿐 아니라 작곡가의 역량도 지녔지만 그녀의 재능은 오랫동안 슈만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당시 슈만이 내놓은 수많은 걸작 뒤에는 클라라의 영감과 연주, 그리고 헌신이 있었다. 《미르테의 꽃》도 단지 선물로 끝난 것이 아니라 클라라가 직접 무대에서 노래와 반주를 통해 대중에게 전했던 음악이었다.
결혼 이후 클라라는 가정을 돌보는 동시에 슈만의 음악을 세상에 알리는 데 헌신했다. 남편이 정신적 고통으로 힘들어할 때도 슈만의 작품은 클라라의 손끝에서 생명력을 이어갔다.
결혼이 남긴 예술적 의미
1840년 9월 12일은 두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었겠지만 동시에 낭만주의 음악사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했다. 슈만의 가곡은 이후 독일 예술가곡의 전통을 풍요롭게 만들었는데 두 사람의 사랑과 결혼이 그 창작의 불씨가 되었기 때문이다.
슈만과 클라라의 결혼은 예술과 사랑이 어떻게 서로를 북돋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자, 음악이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과 삶의 순간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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